민선 4기 오산시정을 이끌었던 이기하 前 시장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재임 당시 빚어진 재판과 관련, 최근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지역정계구도에 지각변동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8월26일 아파트 건설 인·허가와 관련,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기하 前 시장 상고심에서 징역 7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뇌물수수 유죄 인정에 핵심증거로 H씨(사망)의 조사 당시 영상녹화물과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 증거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 前 시장은 2009년 5월 아파트 시행업체 임원 H씨(사망)에게 공장부지 용도변경 댓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하고 이 가운데 2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0년 기소됐다.

혐의는 4가지다.

▶공장부지 용도변경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하고(뇌물수수 약속) ▶2억원 받음(뇌물 수수) ▶인·허가 편의 대가로 도의원 L씨에게 3천만원 수수(뇌물) ▶친·인척과 지인에게 공사하도급 및 건설현장 함바식당 운영권 넘기도록 함(제3자 뇌물공여) 등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이 前 시장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7년, 벌금 1억원, 추징금 2억3천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2억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 벌금 1억원,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이 前 시장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대법원의 파기환송건과 관련, 일정 요건에 따라 재심의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뇌물공여자 H씨가 2009년 대질심문중 쓰러진 뒤 사망했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이 前 시장은 유죄로 인정된 제3자 뇌물공여 혐의 판결만 남겨 둔 셈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이 前 시장은 피선거권(공직선거 출마자격) 제한 여부가 결정된다.

형법 제130조(제3자 뇌물제공)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법 제129조(수뢰·사전수뢰)와 같은 형량이다.

상고심 판결로 검찰은 허점을 보이며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제3자 뇌물공여죄 혐의 구형(형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前 시장 또한 배수의 진을 치고 대응할 것이다.

4년간 재판을 끌어 오면서 막강한 변호인단을 선임, 핵심사안을 무죄로 이끌어 냈기에 형량을 최소화 하는데 주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 대법원이 이기하 전 시장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역정가는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이 前 시장이 오산시장 공천(새누리당)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한 정황을 상기하면서 판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지역정가구도에 주목하고 있다.

2년 뒤 국회의원 선거 출마설과 이어 4년 뒤 오산시장 선거 출마설 등이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만일 이 前 시장이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2년 이하의 징역형과 자격정지 판결을 받을 경우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얻게 된다.

이와 함께 4년 이하의 징역형과 자격정지 판결을 받더라도 4년 뒤 오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끝장판결에 따라 이 前 시장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검찰이 명예를 회복할지, 아니면 뚝심과 끈기로 버텨 온 이 前 시장이 막강한 변호인단을 등에 업고 긴 잠에서 깨어 부활할지 지역정가는 최종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