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실험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던 얼마 전, 말년휴가를 반납하고 제대를 미루며 국가를 위해 충성을 선택한 어느 병사의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화제였다.

이와는 좀 다르지만 명예퇴직을 2개월쯤 앞둔 오산시 공무원이 법으로 규정한 휴가를 반납하고 퇴직전날까지 시민들을 위해 봉사를 희망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10월24일 신장동행정복지센터 동장으로 취임한 채용구 동장이다.

시는 오산시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제24조 9항에 의거 ‘퇴직예정일전 3월이 되는 날부터 퇴직예정일 전일까지 퇴직준비휴가를 얻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대상이 되는 공무원에게 사실상 퇴직 2개월 전부터 퇴직준비휴가를 허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장기간 공직에 근무한 공무원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적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퇴임 뒤 삶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유용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당초 채용구 동장은 10월초 시에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11월1일~12월29일까지 특별휴가를 마친 뒤 12월30일 30년이 넘는 명예로운 공직생활을 마감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장동 자치단체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시가 갈등을 봉합할 적임자를 물색했고, 채용구 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이 선택된 것이다.

정식 인사발령에 앞서 시로부터 이런 내용과 의향을 타진 받은 채용구 보건행정과장은 몇일간 고민했다고 한다.

퇴직휴가를 제외한 실제 근무일이 몇일 남지 않은 자신이 주민들에게 일선에서 봉사하는 동장으로 부임하는 처사가 옳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

끝내 채용구 보건행정과장은 자신을 희생하는 결정을 했다.

시가 내린 명을 받아 신장동장으로 부임하되, 형식적 근무 보다는 휴가를 반납하고 정식으로 근무하며 자신의 역량을 마지막으로 시와 신장동 주민들에게 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채용구 보건행정과장은 10월24일 신장동행정복지센터에서 동장으로 취임한 뒤 비록 짧지만 의미있는 근무를 시작했다.

채용구 동장은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조직이 저의 경험을 인정하고 필요로 했고, 그동안 공무원으로 받은 사랑에 마지막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공직생활의 모든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후임 동장이 편안히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채용구 동장은 대원동장, 의회사무과장, 보건행정과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합리적인 업무처리로 인정받았고 원칙과 화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을 지녔다.

그는 2016년 12월30일 명예퇴직으로 30년 넘는 공직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