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 쯤이면 사방천지에 오색만발한 꽃 구경 나들이객들과 상춘객들로 북적이는데 올 봄은 코로나19 사태로 봄 같지 않은 계절이 되고 있다.

그래도 꽃은 피었다.

이에 급격히 소비가 위축된 화훼농가를 살리기 위해 수원지역 공공기관은 물론 업체 등이 발벗고 나서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기 답답하지만 꽃을 사니 봄이 온 게 느껴져 힐링이 되네요”

► 삐에스몽테 베이커리에 마련된 프리지아 자율 판매대.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한옥베이커리 ‘삐에스몽테’는 최근 빵과 음료 외에 꽃을 판매하는 공간이 생겼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빵이 아닌 꽃이다.

► 삐에스몽테 베이커리에 배달된 프리지아를 판매대로 옮기고 있다.

봉우리 마다 봄 내음을 가득 머금은 프리지어 다발 앞에 ‘코로나로 힘들어 하시는 화훼농장에 큰 응원을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는 푯말과 자율적으로 판매금액을 넣는 통이 함께 놓여 있다.

손님들에게 꽃을 팔게 된 건 우원석 대표가 생각한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평소 꽃을 좋아하던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는 뉴스를 접하고 지역내 화훼농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인근 프리지어 재배 농가를 소개받아 매장에서 판매키로 했다.

꽃을 팔아 얻는 금전적 이익은 없다.

대신 하루에 2번씩 물도 줘야 하고 기온이 높아지면 얼음도 넣고 손님들이 포장하기 어려워하면 이를 대신해 주고 물을 흘리는 경우 바닥을 더 자주 닦아야 하는 등 매장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불편도 있다.

그러나 손님들이 꽃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 농장 사장님에게 판매액을 전달할 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불편은 중요하지 않았다.

4주 정도 판매가 이어지면서 단골손님들은 꽃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받은 기쁨의 인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베이커리에서 프리지어를 구매한 김현주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한데 꽃을 사서 지인들에 나눠주니 다들 너무 활기가 생겼다고 좋아한다” 며 “어려운 화훼농가도 도우면서 기분도 좋아지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고 전했다.

이런 반응 덕분에 우원석 대표(대한제과협회 부회장)는 협회소속 대형 베이커리에 화훼농가 돕기를 제안, 판매처가 늘어 나기도 했다.

그는 “베이커리 역시 매출감소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역농가에 희망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며 “꽃이 새롭게 피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얻고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입구에서 손님들을 반기는 프리지어는 10분 거리의 승아농장에서 왔다.

► 권선구 화훼농가에서 프리지어 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권선구 호매실동에서 21년째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박경재씨가 재배한 것이다.

박씨는 올해 혹독한 봄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때때로 작황이 좋지 않거나 경매가가 낮은 위기의 상황은 있었지만, 다른 품종이 출하될 때까지 버티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졸업, 입학, 밸런타인데이 등 이른바 특수를 맞아야 할 시기에 확산되던 코로나19로 판로가 꽉 막혔다.

경매를 내보낸 꽃이 트럭에 싣겨진 채로 되돌아 오는 일이 일쑤였고, 도매시장은 ‘꽃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할 정도로 소비가 꽁꽁 얼어 붙었다.

결국 튤립은 80%가 출하되지 못했고 3월 말까지가 한창인 프리지어 역시 소비자를 만나지 못한채 농장에서 꽃이 피어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품가치가 떨어져 반년간 애써 기른 작물을 그대로 땅속에 묻어야 할 상황도 속상하지만 다른 꽃을 다시 심기 위해 모종과 비료를 사기 위해 필요한 자금 확보도 쉽지 않은게 문제였다.

그러던중 인근 대형 베이커리에서 꽃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수원, 화성, 군포 등 인근 대형 베이커리에 프리지어 판매대를 설치, 판로가 열리면서 농장운영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

박씨는 “소매를 해본 적이 없어 처음은 고민했지만 베이커리에서 판매를 한 덕분에 프리지어의 경우 절반 이상 출하할 수 있게 됐다” 며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주신 이웃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화훼농가의 극심한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 수원시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에게 전달된 염태영 시장의 편지와 꽃.

특히 염태영 시장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희생하는 선별진료소 근무자 60명에게 격려편지와 함께 프리지어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화이트데이를 앞둔 3월13일 자로 전달된 편지는 “감사합니다. 누구도 선뜻 감내하기 힘든 희생을 시민 모두와 함께 기억하고 응원하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원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내 화훼농가가 생산한 꽃을 활용해 행정기관과 주변, 거리화단 등에 심어 봄을 재촉하도록 각 부서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각 부서는 절화와 화분, 초화류 등을 활용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각 단체도 꽃 소비 촉진에 협조를 구해 판매량을 늘리기로 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지역내 화훼농가가 힘을 낼 수 있도록 꽃 소비 촉진에 동참해 달라” 며 “실질적인 화훼 수요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