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텔링] 이미숙 기자 = 긴 밤 지나 아침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이맘때 쯤 강원도 정선은 이미 춥다.
올 들어 처음으로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취침한 경험도 어젯밤 정선이었다.
뜨거운 볕이 내리는 한낮을 지나 어둠이 드리우면 급하게 낮은 기온이 파고들어 소스라친다.
분주히 오가는 발걸음 끊긴 가을 들녘을 바라보며 가을 때문에 가슴이 사무치게 쓸쓸하다.
이 가을은 ‘애수로 다가오는 쓸쓸함을 즐길 줄 아는 자만이 만끽할 자격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을밤 후비고 지나가는 통증에 종지부를 찍는다.
올해 맞는 첫 싸늘함에 낯설어 하며 그대로 마음을 맡겨 본다.
그 쓸쓸함은 또 다른 내 삶이라고...
여러 가지 감정을 쏟아내던 밤이 지나고 아침.
코스모스 늘어진 산책길에서 이슬을 본다.
이 설렘은 뭔가.
쓸쓸함 후벼놓은 가슴 한곳에 희망하나 심어 놓은 예쁜 꽃길에 반했다.
삶이 그러하리.
새벽, 동이 트기 직전이 하루중 가장 어두운 때라는 말이 그렇듯 인생이라는 굴곡은 가장 힘든 때를 이기고 넘겨야 떠오르는 해가 값지게 느껴지는 진실을 깨닫는다.
어둠이 힘들어 주저앉는다면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스산한 가을밤, 정선가는 길.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서성거리던 문 닫은 휴게소 앞에서 또 다른 내 삶의 쓸쓸함이 즐겨지는 이유의 답을 이렇게 찾아 낸다.
알 수 없는 통증, 그리고 설렘의 교차.
그건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끝없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리라.
사랑만큼 사람을 견디게 해주는 그 무엇이 또 있을까?
기다림 마저도 아름답게 하는 사랑은 그래서 어둠이 없다.
아침 해 높이 뜨니 어느새 후끈한 공기가 몸속으로 스며든다.
지난밤 을씨년스런 속이 언제였냐는 듯 밝은 빛이 기쁨으로 벅차다.
긴 밤 지나면 아침이 오듯 그게 새 힘이고 희망이 된다.
감사하며 시작하자.
가을 아침에 감탄 하나 찍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