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를 환히 빛낸 수원지역 독립운동 두번째 인문기행이 시작된다.

‘대한독립의 길을 걷다’를 주제로 마련된 인문기행 두번째 코스는 일제강점기 수원과 수원사람들이 이야기에 중심이다.

국권침탈의 암울한 시대를 기억하는 근대 건축물과 일제에 저항하며 독립의지를 높였던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회상할 수 있다.

코스는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총 6㎞를 둘러 보는데 3시간 가량 소요된다.

◇연무대~방화수류정

인문기행 시작은 연무대다.

이 곳은 220년전 정조대왕 친위대 장용영 군사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훈련장으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1919년 3월1일 수원지역 최초 만세운동이 있었던 방화수류정.

지금은 연날리기, 활쏘기, 하늘 높이 올라 수원화성을 내려다보는 헬륨기구 ‘플라잉수원’ 등 체험이 가능하다.

그러나 102년전 연무대는 독립을 염원하는 민초들이 울부짖었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수원장날이었던 1919년 3월16일, 서장대와 연무대에 수백명에 이르는 수원사람들이 모여 ‘만세’를 외치며 팔달문과 종로방향으로 시위를 벌였다.

일제의 침탈로 내몰린 상인들이 중심이었다.

연무대에서 10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용두암 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정자 ‘방화수류정’이 있다.

누구나 한눈에 반할 만큼 풍광을 자랑하는 방화수류정은 수원지역 만세운동 발화지.

수원에서 나고 자라 서울로 유학한 지식청년들을 주축으로 연무대 보다 보름 앞선 3월1일 만세운동이 시작됐다.

독립결의로 가득찼던 방화수류정 일대는 100년이 지나 정자를 둘러싼 용연과 화홍문 절경을 배경으로 피크닉을 즐기는 명소가 됐다.

정조의 애민정신 씨앗이 수원지역을 살아가던 평범하고 의로운 사람들의 희생과 저항을 거름삼아 오늘날 연무대와 방화수류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으로 피어났다.

◇수원동신교회~수원종로교회

방화수류정에서 화홍문으로 방향을 잡아 수원천을 따라가는 길에 일제강점기 수원지역 종교와 교육기관이 자리한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다.

가장 먼저 ‘수원동신교회’는 독특한 외벽색과 건물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복차림에 짚신을 신는 등 한국식으로 생활하며 선교활동을 벌이던 노리마츠 마사야스가 1900년 8월 수원에 설립한 ‘성서강론소’가 110년간 이어진 유서 깊은 교회다.

조금 더 내려오면 ‘매향중학교와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가 있다.

1902년 수원 최초 여성근대교육기관으로 설립, 독립영웅들을 배출한 삼일여학교가 전신이다.

교문앞 매향교는 비가 오면 수원천이 범람, 등교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을 위해 당시 민족대표 48인 가운데 한명이자 삼일여학교 학감이던 김세환이 다리를 놓은 자리에 세워졌다.

또 삼일여학교가 현위치에 자리를 잡고 발전하기까지 30년간 헌신했던 밀러 교장을 기리는 기념비가 교정을 지킨다.

►개화기에 유입된 기독교가 설립한 삼일학교 상징 아담스 기념관.

기념비 전면에 그녀의 한국이름(미라)을 따라 ‘미라교장기념비(美羅敎長記念碑)’가 한자로 적혀 있다.

삼일중학교 교정에 위치한 ‘아담스기념관’은 삼일학교를 상징한다.

개화기 서양문물과 함께 유입된 기독교가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초가집에서 서당형태로 시작됐다.

이후 수원에 사랑이 남달랐던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이 자신의 과수원 부지를 기부, 1909년 삼일학교 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미국 노스 아담스(North Adams) 교회 도움으로 임면수 선생이 공사감독을 맡았다.

매향교를 건너면 북수동성당을 만난다.

1897년 팔부자집 가운데 한채를 구입, 예비자들을 받으며 시작된 성당은 1931년 뽈리신부가 부임해 시 최초 고딕성당을 세울 정도로 발전했다.

최초 사립초등학교 소화강습소(현 소화초등학교)가 시작된 곳이다.

한글로 조선의 역사를 가르치던 학교가 떠난 뒤 뽈리화랑으로 활용되는 건물은 등록문화재 제697호.

수원지역 천도교당 본거지이자 3.1운동에서 주도적 역할했던 ‘천도교 수원대교구’는 팔부자집을 구입해 사용하던중 북수동성당에 내주고 현재는 창룡문 근처 남수동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소실된 종각을 2008년 복원한 여민각 맞은편에 ‘수원종로교회’가 있다.

붉은벽돌에 푸른지붕의 건물은 수원의 아픈 역사와 격변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삼일여학교와 삼일학교 등 최초의 근대교육을 시작했고, 3.1운동과 애국계몽운동을 이끌었다.

김세환, 이선경 등 독립지사들도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행궁~김세환 집터

길을 건너 ‘화성행궁’은 김향화를 비롯한 수원기생 30명이 만세운동에 동참했던 특별한 곳이다.

►독립운동가 김세환 선생.

화성행궁은 평상시에 관아건물로, 임금 행차시는 임시별궁으로 576칸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정조대왕이 재위 24년에서 13차례나 머무른 곳이다.

그러나 일제는 화성행궁을 헐어 병원으로 활용했다.

1919년 3월29일 봉수당에 건립됐던 자혜의원으로 위생검사를 받으러 갔던 기생들은 화성행궁의 중심 봉수당과 일제경찰서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의로운 기상을 떨쳐 보였다.

팔달산 정상에서 수원화성 전체를 조망하는 ‘서장대’도 민족정기가 드높다.

두번째 인문기행의 첫 시작점인 연무대와 함께 3월16일 수원장날 만세운동이 일었던 곳이다.

성벽을 따라가면 ‘3.1독립운동기념탑’ 과 ‘대한민국독립기념비’가 나란히 서있다.

대한민국독립기념비는 1949년 1월16일에 만들어져 중포산에 위치했던 동공원에 세워졌는데, 1969년 10월15일 3.1독립운동기념탑을 세울 당시 이 곳으로 함께 옮겨졌다.

대한민국독립기념비는 만세운동을 탄압하다 처단된 일본순사 노구치의 순국비를 해방 뒤 수원시민들이 부숴 버리고 그 위에 세웠다.

특히 당시 학생과 시민 등이 모은 성금으로 세워진 기념비가 수원의 중심에서 수원시민들의 일상을 내려다 보고 있다.

‘김세환 집터’는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된 수원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김세환(1889년~1945년)이 살던 곳이다.

그는 민족대표 48인 가운데 한명으로 수원과 충청지역 만세운동을 이끌었고, 삼일여학교와 수원상업학교 등 교육자로서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수원지역 근대사를 따라가는 ‘수원의 근대를 걷다’는 순회전시한다.

6월4일까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본관 3층 로비에 전시된 뒤 6월5일~25일까지 3주간 수원고등법원 1층 로비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시 관계자는 “두번째 인문기행은 숭고한 희생으로 대한독립의 길을 열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애국지사와 조력자들이 남긴 숭고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