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四通八達)의 길을 걷다’는 제목처럼 수원시 근대인문기행 세번째는 ‘시장(市場)’이 중심이다.

수원천을 따라 물자와 사람이 활발하게 오간 흔적을 더듬으며 수원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되짚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3㎞ 정도 코스는 2시간 남짓 소요된다.

그러나 성곽주변에 모인 다양한 시장 곳곳에서 그 어느 곳 보다 활기찬 수원을 느끼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난다.

◇화홍문~문구거리

광교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흘러 내려오는 수원천은 방화수류정옆 용연을 끼고 돌아 남북으로 길게 뻗는다.

‘화홍문’의 7개 무지개 모양 수문을 통해 북쪽에서 들어 온 물은 남쪽의 남수문까지 흘러 수원화성을 빠져 나간다.

세계유산 수원화성 중에서 백미로 꼽히는 절경이다.

►광교산에서 발원한 수원천이 수원화성~화홍문을 지나 흐르는 모습.

특히 7개 수문을 빠져 나가는 물보라를 수원팔경중 ‘화홍관창’이라 했다.

지금은 수량이 적어 평소에 보기는 어렵지만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은 물줄기가 쏟아진다.

물길을 따라 모이고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이 코스의 시작점이 된다.

인근에 ‘수원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이 있다.

2004년 개관한 이 곳은 전통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무형문화재 4인의 활동 및 후학 양성 장소.

승무·살풀이춤 보유자 김복련(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 소목장 김순기(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4-1호), 단청장 김종욱(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8호), 불화장 이연욱(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7호) 선생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건너편 수원천 왼쪽부터 시장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지금은 사라진 ‘수원 우시장터’다.

►1950년대 수원천옆 북수동 우시장터에서 활발하게 소가 거래되고 있다.

‘정조가 수원화성을 축조하면서 자재를 운반하기 위한 용도로 소가 많이 늘어났고 성역이 마무리되자 소를 농민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발생한 우시장은 하루 평균 400두가 거래될 정도로 번성해 명천, 길주와 함께 전국 3대 우시장으로 발달했다.

원래 팔달문 밖에서 열렸던 우시장이 성안 북수동으로 들어온 건 1938년이고, 1962년 영화동으로 옮겨졌다.

‘당시 이 일대에 소여관이라 불리던 대형외양간이 5~6곳에 달했고,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온 소가 수원역에서 줄지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1978년 곡반정동에서 명맥을 잇다 지금은 사라졌다.

장안동사거리에서 북수동성당, 후생병원까지 이어지는 북수동 옛길은 ‘팔부자거리’다.

이 거리는 수원화성 축조 이후 이주한 백생들의 삶을 위해 정조가 전국에서 불러 모은 팔부자들이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세워 모여 살던 곳이다.

‘호호부실 인인화락(戶戶富實 人人和樂-집집마다 부자가 되게 하고 사람 마다 즐겁게 한다)’는 정조의 의지에 팔부자집 주변으로 입색전, 어물전, 염전, 유철전, 목포전, 상전, 관곽전, 미곡전, 지혜전, 혜전, 유문전, 미전 등 상설 시전이 들어섰다.

100년 넘게 이어지던 부의 거리는 일제강점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골목벽화로 그 시절 이야기를 전한다.

팔부자거리옆, 팔달노인복지관 뒷편골목은 ‘문구거리’다.

학생들이 많아지고 각자 준비해야 하는 학용품이 많았던 1980년대 문구점들이 이 골목에 자리잡기 시작했고 전성기는 20곳에 달했다.

지금도 10곳이 남아 구경하다 보면 수십년전 추억이 깃든 보물을 찾을 수 있다.

◇매향교~수원 통닭거리

‘매향교’를 기점으로 남쪽에 현재의 시장들이 밀집해 있다.

매향교는 원래 화성을 축성할 당시 잡은 물길 위에 놓였던 다리로 당초 이름은 오교(午橋)였다.

►통닭가게들이 밀집한 통닭거리.

수원화성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다리이며 나무다리였다가 돌다리로, 지금은 다시 콘크리트 다리로 만들어져 차량도 오간다.

매향교에서 수원천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눈에 띄는 규모의 건물은 ‘수원사’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4월8일 당시 용주사가 ‘수원불교포교소’로 세웠다.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현륭원)을 지키는 원찰로 삼은 용주사가 건립한 포교당이다.

건너편 서쪽은 그 유명한 ‘수원 통닭거리’다.

수원의 대표적 음식으로 우시장을 기반으로 갈비 외에 통닭이 떠오르게 하는 중심지다.

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매향통닭, 왕갈비통닭의 원조격인 남문통닭, 평일 낮에도 만석을 자랑하는 진미통닭, 장안통닭, 용성통닭 등 각각의 독특한 풍미와 맛을 자랑하는 통닭집이 즐비하다.

통닭거리는 특히 2019년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으로 유명세를 더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통닭거리 구석구석을 지나 도착하는 ‘팔달문’은 물자와 사람이 활발하게 오가는 사통팔달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원래 탑산이던 팔달산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건 조선을 건국한 태조(이성계) 때로 기록돼 있다.

태조가 개국 뒤 이고를 관직에 불렀으나 “사통팔달로 시야가 트이며 아름다운 이 곳에 사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사양하자 화공을 시켜 탑산을 그려 오게 한 태조는 이를 보고 “역시 아름답고 사통팔달한 산”이라며 팔달산으로 명명했다.

수원화성의 남쪽문(팔달문) 역시 이 이름을 따랐고, 사통팔달로 백성을 더욱 살기 좋게 하려는 정조의 깊은 뜻이 담긴 것이다.

◇수원남문시장~구천동 공구시장

팔달문과 수원천변을 중심으로는 9개 전통시장이 있다.

수원 뿐 아니라 경기도의 대표적 거점시장인 ‘수원남문시장’이다.

보통의 시장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데 비해 수원남문시장은 정조대왕의 어명으로 4일과 9일에 서는 5일장으로 조성돼 문밖장으로 불렸다.

►구천동 공구시장.

성안에는 전국의 부자들을 불러 모아 시전을 설치하고, 남문 성밖에 5일장을 만들어 사통팔달의 중심이 되게 했다.

영동시장 등 9개 시장의 발원이다.

‘수원 주막에서 난 소문은 삼남까지 간다’는 말이나 인색하고 얄미운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수원 깍쟁이’라고 부른 것 등은 수원이 대표적 상업도시였음을 드러낸다.

문밖장인 수원장은 100년으 이어지다 1919년 1월17일 ‘영동시장’으로 이름을 바꿔 정식 등록됐다.

9개 시장은 주요 취급품목이 달라 각각의 특색으로 둘러보는 재미가 솔쏠하다.

►수원화성 남문(팔달문) 밖으로 형성된 문밖장은 남문시장으로 활성화돼 물자와 사람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수원천을 중심으로 동쪽은 영동시장에서 밀려난 영세노점상인들이 골목에 자리를 잡고 앉았던 자리에 ‘못골시장’은 생기가 넘치고, 부도 위기의 상가운영권을 지켜낸 상인들이 순대를 품목으로 선정한 특화시장인 ‘지동시장’ , ‘미나리광시장’은 이들 시장 사이에 정겨운 이웃들이 오가는 곳이다.

서쪽은 팔달문시장과 남문패션1번가시장(의류, 신발), 시민상가시장(남성복, 여성복), 영동시장(전통한복, 포목, 커튼), 남문로데오시장(갤러리, 표구, 화방) 등이 위치한다.

남문일대 시장들은 1980년대에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던 초대형 상권이었으나 대형마트 등에 밀려 고전하다가 현대화사업 등 다양한 지원과 자구노력으로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시장 구경을 마무리할 즈음에 만나는 ‘거북산당’은 수원의 대표적 마을굿 가운데 하나로 거북산당 도당굿을 행하는 당집이다.

마을의 안녕을 빌던 굿으로 매년 시월 초이렛날 화재가 없고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영동시장 당고사를 지냈다.

마지막 아홉번째 시장은 구천동 공구시장이다.

남문시장 가운데 하나지만 성밖 수원천을 따라 구천교와 매교사이에 있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말부터 시장화로 발전, 산업화와 함께 크게 번창하며 1980년대는 100곳이 넘는 공구가게가 밀집했다.

현재는 70곳으로 줄었지만 유유히 흐르는 수원천 옆에서 50년 넘게 영업해 온 대장간에서 대장장이의 담금질을 구경할 수 있다.

사통팔달 수원의 이야기를 포함해 수원지역 근대사를 따라가는 ‘수원의 근대를 걷다’ 순회전시는 6월26일~7월16일까지 도이치 오토월드 1층 로비에 전시된다.

이어 7월17일~8월6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 펼쳐진다.

시 관계자는 “정조의 애민정신으로 사통팔달 이어지는 물자와 사람이 활발하게 오가는 세번째 인문기행 코스를 통해 역동적이고 활기찬 수원을 느껴 보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