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어느 날이었다.

당시 8살(남) 무렵이던 혜법 스님(영주 영산암 주지)은 수원 집앞에서 놀다가 차를 타고 온 낯선 사람들에게 납치됐다.

출가하기 전에 이름은 ‘은주’.

그가 끌려간 곳은 안산시 선감도에 위치한 선감학원이었다.

1942년 일제가 ‘부랑 청소년 감화’를 위해 설립한 선감학원은 1984년 폐쇄될 때까지 온갖 인권유린이 자행된 곳이다.

이곳 저곳에서 잡혀 온 청소년(8살~18살)들이 강제노역과 굶주림에 시달렸다.

‘부랑아 일제 단속’이 진행된 1960년대는 길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까지 수용됐다.

혜법 스님은 1977년 9월 가까스로 선감학원을 탈출해 수원으로 왔지만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주소나 부모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면서 모든 걸 잊기 위해 출가했다.

2년~3년전 선감학원의 실상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40년 가까이 묻어 두었던 기억이 다시 깨어났다.

혜법 스님은 가족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수원시가 혜법 스님의 가족을 찾기 위해 두팔을 걷어 붙였다.

혜법 스님은 “선감학원 탈출 뒤 집을 찾지 못한 게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기억은 납치되던 날 쌍둥이 동생(현재 48세)이 태어났다.

부모님이 계셨고 형이 2명, 누나가 1명이었다.

성(姓)은 ‘박씨’ 또는 ‘곽씨’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절었다.

집을 나오면 성곽이 보였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수지가 있었다.

집 근처 산 위에 학교도 있었다.

나병 환자가 모여 살던 마을이 가까이에 있었다.

시는 혜법 스님의 가족을 찾기 위해 관련 기록물을 전수조사하고 홈페이지·SNS 등으로 그의 딱한 사연을 알리고 있다.

또 실종 당시 사진과 어릴적 기억이 담긴 홍보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아울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도 나설 계획이다.

가족 찾기를 주관하는 김교선 감사관은 “1969년쯤 8살 가량된 남자아이를 잃어버리고 가슴 아파한 이웃이 없었는지, 기억을 되짚어 주시길 바란다” 며 “시와 시민들이 힘을 모으면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