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에 거주하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용담 안점순 할머니(1928년~2018년)가 3월30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암 투병 중이던 안점순 할머니는 아주대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치료를 받다가 병세악화로 이날 오전 10시10분쯤 타계했다.

► 생전의 안점순 할머니

빈소는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수원평화나비와 유족은 ‘슬픔과 고통을 정의로, 용담 안점순 할머니 수원시민사회장’을 치르기로 했다.

시는 4월1일까지 시청 로비에서 안점순 할머니 추모 분향소를 운영한다.

안점순 할머니 별세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생존자는 29명으로 줄었다.

1928년 서울시 마포구에 출생한 안점순 할머니는 1942년 14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3년간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기차를 타고 평양, 중국 북경·천진을 거쳐 모래만 보이는 곳으로 끌려 가면서 ‘위안부’ 생활이 시작됐다.

생전에 안점순 할머니는 “짐승 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옥같던 3년을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

해방 뒤 할머니는 집으로 가기 위해 무작정 걸었다.

아무데나 쓰러져 잠을 자고, 밥을 얻어먹으며 밤낮으로 걷고 또 걸었다.

긴 시간을 떠돌다가 1946년 고향(복사골)으로 돌아왔다.

마을어귀에서 어머니와 극적으로 만났다.

집에 돌아와 석달을 앓았다.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전쟁 뒤 어머니와 함께 미군부대에서 빨래 일을 하다가 이후 대구에서 친구 식당에서 함께 장사를 했다.

결혼하지 않고 홀로 지내던 안점순 할머니는 1990년 조카(오빠의 아들)와 수원으로 이사왔다.

1993년 8월 막내 조카딸 신고로 끔찍했던 ‘위안부’의 기억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안점순 할머니는 수요집회, 아시아연대회의 등에 참여하면서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하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 운동’에 적극 나섰다.

2014년 5월 수원올림픽공원에 평화비(평화의 소녀상)가 세워진 뒤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 지원 단체 ‘수원평화나비’와 함께하며 ‘평화 활동가’로 나섰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합의무효’를 외치며 일본정부의 ‘위로금’ 수령을 거부했다.

2017년 3월8일 독일 레겐스부르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순이) 제막식에 참석했다.

레겐스부르크 소녀상은 유럽에 처음으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다.

지난해 12월13일 수원 웨딩팰리스에서 구순 잔치상을 받았다.

수원평화나비 주최로 열린 이날 잔치에서 할머니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축하객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안점순 할머니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 온 시는 3월8일 안점순(90) 할머니의 삶을 다룬 헌정 영상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제작·공개했다.

안점순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시와 인터뷰에서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내 청춘은 돌아올 수 없다” 며 “(일본정부가) 피해자들 곁에 와서 (사과의)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게 원칙 아니냐”고 말했다.

염태영 시장은 “안점순 할머니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염태영 시장은 “안점순 할머니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썼지만 끝내 일본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했다” 며 “시민들과 함께 할머니를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할머니가 받지 못한 사과를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수원 iTV 홈페이지(http://tv.suwon.go.kr), 네이버 TV, 수원시 유튜브 채널, 수원시 공식 SNS 등에서 볼 수 있다.